할일관리를 어떻게 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고 안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나에게 할일관리는 기본적으로 TODO 관리 앱으로 하는 것이다. 손에 할 일을 적어다니거나 작은수첩을 가지고 다니던 내가 처음으로 체계적인 TODO 관리방법을 접한것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첫 직장연수에서 접한 프랭클린플래너 였다. 그때부터 더 다양한 방법론을 알아보게되었고 그닥 프랭클린처럼 계획적으로 사는 타입이 아니었던 나에게 더 설득력있게 다가온 것은 GTD(Get Things Done)방법론이다.
그리고 내가 당시에 GTD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을때 가장 유명한 도구가 Remember the Milk (아직도 있는 앱이다) 와 Things 였다.
Things
최근에 아이폰13이 발표되었다. 이번 발표에서 눈에띄는 변화는 없었지만 많이 팔릴것이라고 사람들이 예상하는 이유는 애플 사용자들이 애플 생태계에서 다른곳으로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일부 훌륭한 앱들이 애플전용으로 만들어져있고 따라서 윈도우로 이동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나에게는 매일쓰면서 애플 전용인 대표적인 앱이 Things다. 나의 첫 아이폰은 아이폰4 였는데 그때부터 거의 매일 사용하는 앱이다. GTD를 위한 앱이기는 하지만 나의 생활은 정확히 GTD 방법론대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Things의 설계대로 움직인다. 압도적으로 좋은 사용성과 완성도가 Things의 장점이다.
Things는 나에게 거의 완벽한 앱이지만 하나의 앱에서 개인의 일과 회사일이 섞이는 것은 싫었다. 물론 Things에는 Tag 기능도 있고 Area 라는 것도 있어서 다양한 분류기능을 제공한다. 하지만 실제로 내가 가장 많이 쳐다보는 Today 메뉴에 개인일과 회사일과두가지가 다 보이는 것이 싫었다. Today의 뱃지숫자가 나에게는 중요한데 개인일과 회사일의 분리를 위해서는 결국 각각 다른 앱을 쓰는 것이 필요했다.
문제는 내가 Things에 너무 익숙해져있다는 것이다. 10년이상 써온 앱이기때문에 그 사용방식에 내 머리가 완전히 적응해 있었다. 그래서 Things와 비슷하면서도 완성도가 높은 TODO앱을 찾기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그 중에서 Today 페이지는 나는 실제로 칸반의 Doing 이라는 생각으로 쓴다. 하루에도 여러번 열고 확인하는 페이지기이기 때문에 아래와 같은 조건을 만족했으면 했다.
- 당연히 모바일-데스크탑 동기화가 되어야 함
- 리스트에 신규 아이템을 추가시 그 아이템이 맨 위에 추가 되어야 함
- Today+지난 일정의 숫자가 뱃지에 숫자로 표시
이 숫자를 가지고 내가 다양한 상황판단을 하기 때문에 중요 - Today 에서 날짜가 지나더라도 무시되거나 쉽게 postpone 할수 있어야 함
Things는 Today 로 이동한다고 Due Date가 오늘이 되는 개념이 아니라서 계속 남아있는다. (Due Date 기능은 따로있음) - 리스트 안에서 순서가 손쉽게 조정이 가능해야 함
- Item에 노트 기능이 편하게 관리할수 있고 시각적으로도 잘 구성되어 있으면 좋겠다
- 자주 사용하는 앱이기때문에 이쁘고 사용성이 좋아야 한다.
Wunderlist
무료앱 중에서 가장 유명한 앱중에 하나였던 Wunderlist도 물론 써보았다. MS가 인수했고 이제는 완전히 역사속으로 사라져셔 더이상 쓸 수 없지만, 위 조건을 만족하지 않았던 것은 확실하다. 다만 동기화는 잘되고 리스트도 깔끔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만 알림 뱃지를 콘트롤 하기 힘들었고 리스트안에서 순서 조정이 어려웠점이 아쉬웠던 것 같다.
Todoist
Todoist 가 내게 좋은 첫 인상을 남긴건, 생산성 도구로서의 TODO 앱에 대해서 다양한 좋은 글을 한국어로 발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 블로그를 찾기 힘든데 몇 년전만 해도 거의 Todoist 블로그가 이런 주제로는 독보적으로 고품질의 콘텐츠를 제공했다.
지금 이 글을 쓰기 위해서 Todoist 다시 설치해서 써보았는데 위에 내가 나열한 조건은 어느정도 만족하는것 같다. 그런데 예전 내 블로그 글을 보니 1년 결제를 했는데 4개월이 지나도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글이 보인다. 대부분 조건을 만족하지만 충족하지 못한 중요한 점은 아이템을 추가하면 그 아이템이 위가 아닌 리스트의 가장 아래 생긴다는 점이다.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수 있지만 이게 나에게는 꽤 커다란 사용성의 차이를 가져온다. 아래 있는 항목보다는 위에 있는 항목이 더 최신이라서 주목이 필요하고 중요한경우가 많다고 인식하면서 Things를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Note 가 항목 아래에 표시되어서 시각적으로 이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웹앱인지 몰라도 뭔가 반응이 느리다는 느낌이 있다. 또한 나는 모바일에서 아이템의 순서를 바꾸는 일이 많은데 바꿀때마다 진동반응이 있는 것도 너무 불편했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이중 가장 중요한 불편함은 신규 아이템이 아래 추가된다는 점이었던것 같다.
2Do
2Do 는 유료 앱이다. 다만 월사용료/연사용료를 내는 앱과는 달리 한번 구매하면 계속 쓸수 있는 방식이라서 마치 Things와 비슷하다. 2Do는 기능이 정말 많다. 돈을 내고 샀기 때문에 애정을 가지고 써보려고 노력했다. 모바일-데스트톱 동기화도 잘되고 뱃지 카운트도 내가 원하는 옵션을 설정할 수 있었으며 입력창이 좁고 확인하기 어려워서 쓰기 불편하기는 하지만 Item 별 노트 기능도 제공하고있었다.
하지만 사용성이 안좋았다. 정렬 옵션은 내가 원하는 대로 쉽게 이동되지 않았고 기능이 너무 복잡했다. Things에서는 long press 로 끌어서 소팅하고는 했는데 2Do에서는 우측 상단 메뉴를 클릭하고 정렬이 가능은 했지만 기본적으로 manual 소팅을 거의 안쓸것이라고 생각하고 만들어서 그런지 UX가 불편한 점이 너무 많았다.

위쪽의 이미지 중에서 왼쪽을 보면 리스트가 다양한 정렬 옵션을 제공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 옵션중에 Note 가 있다는 것을 보면 아무생각 없이 그저 모든 항목을 나열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누가 Note값대로 정렬하겠는가?!
이 글을 쓰면서 다시 2Do를 사용해보았는데 정말 필요한 기능은 다 있다. 하지만 디자인 안이쁘고, 같은 기능을 쓸때 꼭 한두번씩 터치를 더애야하고, 종종 내 의도대로 움직이지않고, 화면에 불필요한 요소가 있거나 했다. 예를 들어서 오른쪽 모바일 Today 페이지에는
- Manually 와 MANUAL SORT는 같은 내용이며
- 상단에 Today 라고 되어있는데 각 아이템마다 Today라고 한번 더 보여주고 있다
- 소팅을 위해서는 long press 로는 불가능 하고 우측 상단에 있는 … 을 누르고나서 바꿀수 있다.
그나마도 자꾸 화면 전체 스크롤이 되도록 화면이 구성되어있어서 자꾸 아이템 이동에 실패한다 - Note가 존재한다는 것만 보여주면 좋겠고 실제 노트 내용을 보여주는 UI도 너무 작아서 보기 힘들고
- 우측에 있는 하단 꺽쇠 표시를 누르면 실제로 별로 필요가 없는 옵션들을 보여준다. 모바일에는 좌우 스와이프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
Things가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자신이 최선이라고 하는 UX를 제공한다고 하면 2Do는 기능이 많으면 제품이 잘팔린다는 잘못된 믿음에 빠져서 모든 것을 사용자가 선택하게 기능으로 제공하다보니 기능만 많고 UX가 망가진 도구라고 생각한다. 익숙해져보려고 했지만 UX가 너무 불편해서 쓰기 힘들다는 판단으로 포기 했다. 앞으로도 시도해보지 않을 듯.
Microsoft To Do
Microsoft To Do 는 MS 가 Wunderlist를 인수하고나서 발표했을때 큰 기대를 모았다. 나는 Mac-iPhone 사용자라서 그런데 앱의 사용성은 좀 아쉬웠지만 그래도 MS가 만드는 제품이니 믿고 시도해보았었다. 그런데
- My Day 아이템이 뱃지에 숫자가 뜨지 않음 (모바일은 가능, Mac 데스크탑에서는 방법 못찾음)
- 매일 My Day 가 reset 되어서 다시 설정해주어야 함 (크게 어려운일은 아니기는 함)
데스크탑에서 뱃지 알림이 안뜨는 것은 아쉽지만 Microsoft To Do 는 꽤 자주 업데이트 되면서 점점 나아지는게 보여서 기대라 된다. 이 글을 쓰기 위해서 실행해보았는데 확실히 몇 개월 전보다 나아진 느낌이다. 릴리즈 할때마나 부족한 점이 점점 적어지는 듯한 앱이라서 나중에 다시 써보고 싶다. 하지만 MS가서 Mac 데스크탑 지원은 왠지 덜 신경쓸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Reminder
애플의 공식 TODO 관리 앱이다. 초기보다 많이 나가지기는 했다. 하지만 Apple 공식 Reminder 앱은 사용자자 쓰기좋은 앱을 고민하기보다는 애플 생태계 안에서 TODO 리스트의 기능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 보여주기위한 앱이라는 느낌이다. Siri로 조작한다거나 애플 메신저 앱, 캘린더, 애플워치와 연동되고 Widget 기능이 잘 구현되어있다거나, 위치정보 별로 동작하는 기능 같은 것이 충실히 구현되어있다. TODO 앱으로서의 고민은 부족한것 같아서 아쉽다.
예전에는 단순한 앱이었는데 언젠가 iOS 버전이 올라가면서 기능이 꽤 많이 추가되고 나아졌다. 그래서 다시 시도해보았다.

하지만
- 가끔 한글 입력에 문제가 있고
- 새로운 아이템 생성시 맨 아래에 만들어지고
- 롱프레스로 아이템 정렬이 되기는 하는데 자꾸 실패하는 UX이고
- Today에있는 날짜 지난 것들을 postpone 할수 있는 기능이 없어서 지난 일정이 계속 빨간색 날짜가 표시된다.
나는 Today 페이지를 Doing 아이템을 모아두는 용으로 쓰기 때문에 날짜가 지난 아이템이 아주 많다. - 큰문제는 아니었지만 Note 표시도 별로 마음에는 안들었다.
역시 제조사에서 만든 앱보다는 생산성 앱 전문회사에서 만든게 더 나은것 같다.
TickTick
이제는 내가 원하는 조건에 맞는 TODO 앱을 찾는 것은 불가능 하다고 생각하는 무렵에 큰 기대없이 시도해본 새로운 앱이다. 의외로 나의 모든 요구사항은 만족시키는 앱이라서 너무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무료 plan 도 넉넉한 편이어서 충분히 사용해보고 필요하면 결제할 수 있다. 1년에 3만원 정도라서 가격도 다른 제품이 비해 저렴한 편이다. 충분히 결제할만한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결론
결국 Things는 개인용으로 유지하고 회사생활 용으로 Wunderlist -> Todoist(1년 결제) -> 2Do(구매) -> MS Todo -> Reminder -> TickTick 으로 계속 시도하고 있다.
TickTick을 만나서 테스트 중이지만 지금까지는 UX나 앱 완성도 등에서 만족하고 있다. 아직 써본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느낌이 매우 좋다.역시 좋은 앱은 전문 앱이면서 유료모델이 있어야 개발자도 개발동기부여가 되어서 좋은 제품이 나오는거 같다.
이제는 TODO 관리 앱을 탐색하는일은 그만하고 싶다.
사용경험을 섬세하게 너무 잘 설명해놓으셔서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특히 저도 things를 너무 잘 쓰고 있는데, 제가 생각하는 things 의 중요한 기능들이 공감이 많이 되어서 열심히 보게 됐어요. 글 마지막에 쓰신 틱틱은 어떻게 쓰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저도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세컨 투두 프로그램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거든요ㅠ
TickTick 이 기능면에서는 충분한데, 자꾸 손이가지는 않아서 고민중입니다.
Things 보다 반응성이나 속도가 느려서 인것인지.. 원인은 모르겠네요.
쉽게 해결될 고민은 아닌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