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 6일, 캐나다에 도착했다. 6개월 간의 인턴십 프로그램을 위해서 였다. 인턴십을 하다가 그 회사에서 비자 스폰서를 해주어서 결국 영주권까지 진행하여 합법적으로 1년간 더 개발자로 일했다. 귀국한 이유는 3학년으로 복학,학업을 마치기 위해서 였다. (당시 대학교 2학년 마치고 병역특례를 마친 상태)
캐나다에서 영어에 대한 자신감 (실력은 말고 자신감!)도 생겼고 미국/캐나다 등 외국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거부감도 없어졌다. 내가 캐나다에 있는 동안은 한국에 전화할 때 말고는 한국어 쓸 일이 거의 없었다. 의도적인건 아니었고, 인턴십 프로그램이 끝나고 친구들이 돌아가니 한국 친구들을 만들 기회가 없었다 ㅠㅜ ESL학원(영어 학원)을 가야 한국 친구들을 만들텐데, 나는 회사를 다니니까 다닐 수 있는 ESL학원이 없었다. 결과적으로는 오래 같이 살게된 룸메이트(영어 잘하는 중국친구)와 회사 사람들(한국인 0명)과 어울리니 아무래도 언어나 문화를 빨리 습득하지 않았다 싶다.
그때 배운(배웠다기보다는 익숙해진..) 영어로 관용어구가 잔득 들어간 듣기나 읽기는 힘들지만 (관용어구는 공부해도 끝이없다), 왠만한것은 듣고,읽는데 문제 없고 말하기,쓰기도 자신있다. (문법적으로 완벽하다는 것이 아니다, 거침없는 속도로 뜻을 전달하는데에는 큰 지장이 없는 정도..) 공대생으로서는 이정도면 큰 도움이 된다.
글쓰면서 계속 생각 중이다. 캐나다에 가서 배운 것이 영어랑 문화 밖에 없는가? 흠.. 또하나 생각이 드는 것은 “젋었을 때에는 캐나다 (내가 있던 곳은 밴쿠버) 같은 곳은 재미가 없다”라는 것도 있겠다. 젊은 사람에는 어울리는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어울릴지도 모른다, 밤에도 돌아다니며 12시까지 카페에서 친구와 수다를 떠는 것은.. 밴쿠버 같은곳에서는 쉬운일은 아니다. 요즘은 내가 일주일에 블로그 글 1개도 쓸까말까 하지만 캐나다에있을 때에는 거의 매일, 때로는 2개씩 쓰곤 했다. 그런걸 보면 외국에 오픈소스 개발자가 많은 것도 참 이해가 가는일이다 (저녁에 할게 없다)
캐나다에서의 1.5년은 나에게 많은 기회를 가져다 주었다. 삼성전자에 있을 때에도 영어를 조금 한다는 이유로 해외 연구소와 협업하는 일을 담당하기도 했고, 영어를 쓸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kth에서도 뜻밖에 외국 회사와 협업을 하는 일이 있었으며, 지금 있는 인모비는 외국계 회사이기에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영어가 중요하다는 것은 물론이다.
생각해보면 병특에서 벌은 돈으로 캐나다에 홀홀단신(?)으로 가서 영주권, 취업 등의 일들을 해냈던 10년 전의 내가 대견하다는 생각도 든다. 앞으로 10년간 다가올 또 다른 기회들을 잡기위해서 나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