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텍스의 허망함

요즘 등산에 조금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는 가깝고 좋은 산이 참 많아서.. 등산을 안한다는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뭔가 100%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등산하려면 다른건 다 몰라도 등산화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등산화를 사려고 좀 알아보았는데 초보자용 등산화는 딱 2가지고 나뉜다. 고어텍스 등산화와 비 고어텍스 등산화. 가격차이는 한 2배 정도?

등산을 꽤 오래하셨고 아직도 한달에 2~3번은 꼭 산에가시는 우리아버지도 “꼭 고어텍스 제품으로 사라” 라는 말을 잊지 않으셨다. 고어텍스가 뭔지는 잘 몰라도 등산용품계에서, 특히 어르신들 한데는 magic word로 통하는 것이 틀림 없었다. 그래서 등산용품 매장들을 둘러보고 있는데 왠만한 등산화는 모두 고어텍스 마크를 붙이고 있었다.

돌아다니다가, 조금 저렴한 고어텍스 마크가 안붙은 신발을 보고 “이건 고어텍스는 아닌가요?” 라고 매장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고어텍스 기능이 있는 등산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엥? ‘고어텍스 기능’? 고어텍스면 고어텍스고 아니면 아닌거지! ‘고어텍스 기능’은 뭔가? 멘붕~ 멘붕~ 하여튼 매장 직원도 친절했고, 브랜드도 들어본거였고 신발도 이쁜데데가 가격도 (다른 고어텍스 등산화보다) 매우 합리적이어서 구매했다. 그리고 집에와서 좀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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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소재는 기능별로 나뉘는데

  • 쾌적속건성 – 땀나면 빨리 말라야 하니까. 쿨맥스 들어봤어?
  • 보온방한성 – 따뜻해야지.. 산은 추우니까
  • 탄력활동성 – 움직이기 편해야지~ 라이크라 라고 들어봤나?
  • 방수투습성 – 비가오면 비는 안들어오고 땀나면 땀은 배출하는 신기한 소재

위 기능과 외에도 몇가지 더 있지만 그런 기능을 하는 소재, 또 위 기능중에 여려개가 섞인 소재 를 쓰게 되는 것이다. 다양한 기능성 섬유 참고

하여튼 고어텍스는 위 기능성 섬유중에 “방수투습성” 소재이고. 그중에 기능이 꽤 뛰어나다고 알려져있다. 고어텍스는 70년대 말에 발명된 소재이고 고어텍스가 돈을 잘 버는데 어찌 찍퉁 기술이 생기지 않겠는가? 기라성같은 회사들이 만든 대체체도 많이 있고, 방수성 (내수압:직경 10mm에 물이 몇mm가 되면 물이 스며드는지) 과 투습성 (내투습성:규정된 온도 및 습도 아래서 정해진 시간 동안 직물 1m²를 통과하는 수증기의 무게) 이 고어텍스보다 더 좋다고 알려진 소재들도 많다. 다만 고어텍스는 고유 상표이고 하도 유명해서 기능성이 더 뛰어난 소재를 만들어도 사람들이 찾지 않고 알지도 못하니 제 값을 못받을 뿐이다.

그리고 고어텍스의 방수투습 기능은 플라스틱(ePTFE) 으로 된 멤브레인(얇은 투과성 막)이 제공하는 기능이다. 생각해보면, 정수기 필터 멤브레인, 해수 담수화 필터 등은 우리나라도 꽤 고 기능성 제품등을 다양하게 만들고 있다. 고어텍스가 다른 브랜드 보다 잘하는 것은 이제는 기술력이 아니라 마케팅과 브랜딩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조금더 알아보면 고어텍스 기능을 잘 충족하는 적절한 제품을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산 제품은 aqua-bloc 이라고 하는 소재가 방수투습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뭐 내수압이 얼마니, 내투습성이 얼마니 하는 자료는 찾을 수는 없었지만 블랙야크를 만드는 동진레저에서 만들었다니 나같은 사람이 쓰기에는 비슷한 기능을 한다고 본다.

내 생각으로는 이 모든 것이 부질없는 짓이다.

  • 고어텍스 등산화의 모든 부분이 고어텍스인 것도 아니니 제대로 방수가 되려면 그 소재를 사용해서 신발을 만드는 제조사에 따라서 크게 차이나기 마련이고
  • 각 소재의 내수압(방수성), 내투습성(투습성) 을 테스트한 기관도 제각각이고 공인되지 않는 수치도 많을 테니 믿기 힘들고
  • 설사 수치가 나은 소재를 쓰더라도 실제 산에서 그 숫자의 차이만큼의 방수/투습의 차이는 없을 것이며
  • 고어텍스 등 플라스틱 기반의 소재의 수명은 2~3년 정도로 알려져있다.

그래서 나는 미국에 로얄티 주고 조그마한 딱지 하나 붙인 비싼 등산화를 아마 앞으로도 사지 않을 것이다.


  1. PSH Avatar
    PSH

    그래서 어떤 제품을 구입하셨나요? 저도 참고 좀^^

    1. tebica Avatar

      위에 사진의 제품을 구입했습니다. 마운티아(블랙야크 만든 회사의 저가브랜드)의 “라이트”라는 제품인데요. 가산 마리오에 매장에서 할인하길래 구입했습니다.
      오늘 등산 다녀와서 처음으로 신어봤는데 마음에 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