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직접 해보기 전에는 어떤 것인지 알기 힘든 미지의 영역이다. 어느정도 아이가 커서 키즈카페에 처음 가기로 한 날, 나는 매우 들떠있었다. 키즈카페에 가면 아이들이 놀수 있도록 다 알아서 해주고 아이들은 안전하게 알아서 놀 것이며, 어른들은 커피를 마시면서 쉴 수 있는 그런 곳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보니 실제로는 쉬기는 커녕 계속 안전한지 봐주고, 같이 놀아주고, 물 주고, 중간마다 놀이 결제해 주고 할 것 바쁜 것은 마찬가지였다.
코딩은 직접 해보기 전에는 어떤 것인지 알기 힘든 보통 사람들에게는 미지의 영역이다. 드라마에 나오는 알기 힘든 형형색색의 코드를 작성해야 하는 것은 알겠는데 그 과정에 다른 어떤 프로세스가 있어서 프로그램이 탄생하는지 알기 어렵다. 바이브 코딩이 유튜브에 소개되자 사람들은 기대에 들떠있다. 이제 개발자 없이도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고 앱을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필요하다면 인건비가 저렴한 주니어 개발자면 되겠지. 하지만 실제로는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에서 신규 코드를 작성하는 것보다 다른 일들이 더 많다. 기존 코드베이스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상태에서의 코드 수정, 엔지니어로서 요구사항 분석과 문제 정의, 소프트웨어로 구현할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 판단, 기술 스택과 구현 방법별 비용 비교와 판단, 장기적인
생애주기 관점에서의 설계, 배포 운영 등등
요즘 인기 있다는 클로드 코드로 세상 프로그램을 다 만들 수 있을 거 같지만 생각보다 자세한 의도대로 만들기 어렵고 조금만 깊게 들어가도, 세세한 변경을 하려고 해도, 장기적인 운영을 위해서도 제약이 너무 많다. 이 부분은 AI가 발전하면서 점점 나아지겠지만 어느 정도 이상의 한계는 뚜렷하고 그 이상을 넘어가기 힘든 점이 주목받을 것이다.
물론, 이 입장은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입장에서 쓴 것이라서 선입견이 들어간 의견일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이상의 프로젝트 운영을 이해하는 시니어 개발자, 엔지니어 매니저들은 모두 AI의 한계를 이해할 것이고, 따라서 크게 불안해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AI 코딩이 코딩 작성 방식과 속도를 혁신적으로 빠르게 만들기는 했지만, 원래 코딩 방식은 언어, 도구 등의 변화로 계속 쉽고 빨라져 왔음에도 사람은 계속, 더 많이 필요했다. 세상은 더 많은, 더 복잡한 프로그램을 아주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코딩도 육아도 다양한 도구로 인해 편해지고 방식이 바뀌지만, 그 과정이 자동화할 수 없는 지점의 한계가 있다. 그리고 육아는 원래 엄청나게 많은 일이고, 프로그램은 더 빨라지더라도 지금보다 더 많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 글을 쓰면서 찾은 두 가지
- 구글 전 CEO이자 Lex를 만들어서 존경스러운 Eric Schmidt는 2025년 4월 인터뷰에서 1년안에 대부분의 프로그래머들이 AI로 대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영어 한 말 스크립트: We believe as an industry that in the next one year, the vast majority of programmers will be replaced by AI programmers
나는 믿지는 않지만 워낙 유명하고 나보다 똑똑하고 정보도 훨씬 많은 분이 이야기 하신것이니 신빙성이 있다. 이게 70~80% 이상의 프로그래머가 1년 안에 직장을 잃을것이라는 의미인가? 그럴리가 없는데 왜 이렇게 말했을까? 이해하기 어렵다. - Geek News에서 정리한 글 “개발자가 대체된다”는 유행은 왜 반복될까? 읽을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