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의 연속이다. 진보니 보수니 하는 진영대결에서 의미 있는 대결이 가능하려면 상대방이 사회의 기본적인 합의 위에 있다는 전제하에 가능할 것이다. 이번에 박성재 법무부 장관의 아래 대통령의 국가 원수로서의 권한,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권한의 구분에 대해서 “사회 교과서에 100% 동의하기 어렵다” “수능 문제 해설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라고 한 발언은 사회의 기본적인 합의를 부정하는 발언이라고 할 수 있기에 너무나 실망스럽다.
저 똑똑한 분이 저 상황이 아니라 그냥 자연인의 상황에서도 저렇게 발언했을까? 라는 생각은 한다. 하지만 아무리 어떤 이해관계가 있더라도 국가공무원으로서 국회 본회의에서 저런 비합리적인 발언을 해야 한다는 자기 자신이 부끄럽지 않을까? 가족과 친구들에게 부끄럽지 않을까? 이해하기 어려울 뿐이다. 물론 파면된 대통령의 논리에 요즘 계속 어처구니가 없길 하겠느냐만서도.
그러다가 오늘 읽은 한국일보의 김희원 기자의 칼럼 국민의힘 자해 경선 쇼 에 공감한다. 아래는 칼럼의 마지막 문단:
국민의힘은 건강한 보수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정당 해산은 가능하지도 않지만, 더 위험한 극우 포퓰리즘 정당을 부를 뿐이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기자 손목을 끌어 쥐고 답을 피한 그 질문을 다시 던진다. 국민의힘은 도대체 무엇을 사과한 것인가. 반성할 마음이 있기는 한가. 집권에 눈멀어 부적격자를 대통령으로 만든 잘못, 대통령에게 직언하지 못하고 체리따봉에 감읍한 책임, 헌정을 파괴한 대통령을 두둔하며 극우 세력을 키운 죄, 유권자가 준 표만큼의 의석도 못 챙기면서 선거법 개정에 번번이 반대했던 태만, 비전과 정책보다 반감과 공격으로 쉽게 이기려 한 욕심, 이 모든 것을 사과하고 반성해야 한다. 당연한 이 길이 가야 할 길이다.
내가 느낀 공감은 보수당을 비판하기 위함이나 망하기를 바래서가 아니라 진정한 보수가 성장하여서 건전한 토론의 파트너로서 우리나라에서의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나는 단일 세력이 10년, 20년 이상 집권하는 나라의 정치구조 보다 우리나라, 미국과 같이 번갈아 가며 집권하는 구조가 더 나은, 깨끗해질 수 있는 구조라고 믿는다. 이번에는 탄핵의 영향으로 진보가 행정부를 잡더라도 언젠가는 보수가 또 집권하리라, 또 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사회의 기본적인 합의에 동의해야 하며, 정직하고 법을 지켜야 하며, 일정 수준 이상 되어야 한다. 진보세력이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 보수 세력에는 너무나 실망하게 된다. 그나마 기대가 되는 인물들은 오히려 비주류로 남아있는데 그들에게 기회가 주어질지 알기 어렵다.
세상은 생각보다 빨리, 그리고 갑자기 변화한다. 그 변화가 우리나라에 좋은 방향으로 이루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