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가 좋은 이유

대학교 1,2학년때 주량이 세지는 않지만, 하여튼 많이도 마셨다. 소주.

처음에는 왜 마시는지 몰랐고, 언젠가는 싸서 마셨고, 친구랑은 당연히 소주 마셨고, MT 가면 소주병으로 글씨썼고 (소주 한 50병 마시면 글씨 만들 수 있다), 농활가서는 페트병으로 마셨고, 마시고, 토하고, 팔꿈치고 뒤를 두번 탁탁 쳐서 마시는 소주. 대학교 축제때는 박스로 파는데, 그 박스가 산을 이룬다는 그 소주.

관련된 주도도 대략 많아서, 잔은 8할을 채워야 하고, 누군가가 따라주어야 하고, 2번이상 나눠 마시면 안되고, 잔따를때 라벨을 손으로 가려야 하고, 남의 잔 비어있을때 술 안따라주면 실례고, 첫 잔은 원샷이고, 짠 하고서 바로 내려 놓으면 안되고, 어른 앞에서 몸 45도 돌려 마셔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날때 남기면 안되고, 마시기 전에 두꺼비 눈 젓가락 뒤로 해서 지워줘야 하고 (이건 좀 취했을때) 기타 등등..

뭐 소주의 대단한 팬은 아니지만, 그닥 잘마시는 편도 아니지만, 종종 소주를 마시고 싶다. 소주는 역시 친한 사람과 삼겹살 먹으면서 원샷으로 마셔야.. ㅎㅎ

소주는 쓰다. 여기사람들 별로 안좋아 한다. 쓰니깐 ㅋ

역설적으로, 소주가 좋은 이유는 쓰기 때문이다. 인생이 쓰게 느껴질때 쏘주 한잔 마시면, 쓰디쓴 인생이 조금은 달콤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여기 캐나다서 휘슬러에 회사 사람들이랑 콘도 놀러 갔을때 술을 어떻게 마셨는지 아냐? 장을 볼때 liquor store에 간다. (술 파는 가게). 거기가서 알아서 자기가 마실꺼 산다. 바카디를 사던, 맥주를 사던, 보드카를 사던, 럼을 사던, 와인을 사던 맘이다. 콜라랑 섞어 마시려면 콜라도 산다. 그 다음에 알아서 마신다. 언더락을 하던, 섞어 마시던, 그냥 마시던 말이다. 짠도 안한다. 자기술 자기가 알아서 마신다.

이게 뭐냐고!

술이란 같이 마셔야 하는 것이다. 다 같이 소주 한짝 사서, 똑같은 술을 똑같이 생긴 잔에 똑같이 담아, 짠! 하고, 원샷! 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동료가, 선배가, 후배가 따라준 술을 똑같이, 평등하게, 시작하고 그 다음 부터는 뭐.. 주량에 따라 마시는 것이다.

그러다 취하면 토하고, 소리지르다, 노래방 가고, 사우나 갔다가, 해님이 인사를 하면? 해장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