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99년 봄, 나는 갓 입학한 대학교 새내기였다.
나는 이유를 알지 못했지만, 언제부턴가 대학교 앞을 전경들이 일렬로 열을지어 막고 잇었다.
전경들은 몇 일 동안 계속 학교 교문앞을 지켰으며, 가끔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학생증을 제시할 것을, 때로는 가방안을 보여줄 것 또는 요구했다.
처음에는 그냥 지나가다가 전경이 요구하면 학생증을 제시하다가..
몇일이 지나자 학생들은 전경이 보이면 자동으로 가방에서 학생증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렇게 두려움에의해 학습되었고, 종소리에 침을 흘리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전경을 보면 학생증을 꺼내게 되었다.
나중에는 그것이 불심검문이고,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나에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실제로 전경에게 불심검문을 거부하면 그들의 상관과 꽤 오랜 시간을 논쟁해야 하고.
꺼무잡잡한 전경들이 너무 무서워 결국 나는 또 한마리의 개가 되는 길을 택했다.
요즘에 뉴스에서 자주 전경을 접하면서.. 나는 그 당시 왜 한마리의 개가 될 수 밖에 없었는지,
요즘 자꾸 움츠러들며 자기검열 하는 내 자신이, 다시 그 당시의 부끄러운 내가 되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