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컨퍼런스를 준비하면서 초기에 가장 고민되는 부분중 하나는 장소와 함께 “티켓을 얼마로 할지” 이다. 몇 개발자 컨퍼런스 준비에 참여하면서 티켓가격이 중요한 고민사항 중에 하나였는데 이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행사 3달전에 오픈해서 한 달 전에 쯤에 마감되는 티켓
무료행사 나 저렴한 행사의 경우 1시간~2시간 안에, 또는 10분 안에 마감된다.
KTH의 H3 (무료), 네이버의 DEVIEW(무료), 파이썬사용자모임의 PyCon(1.5만원)
서버가 죽거나 버벅이는 경우도 많다. 네이버나 KTH와 같은 기업주도의 행사인 경우에 어느정도 회사홍보의 목적이 있으므로 무료인 것이지만, 그 티켓오픈 시각에 회의 등의 이유로 티켓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많이 나온다. 그래서 요즘 DEVIEW는 충분히 신청을 받고 랜덤하게 추첨하는 것으로 알고있다.
개발자 컨퍼런스의 목적은 수익이 아니다.
언론사 주도 등 비 개발자 컨퍼런스들은 수익이 목표인 경우도 많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개발자대상 컨퍼런스는 수익이 목표인 경우는 거의 없다. 회사 주도의 행사들은 회사홍보와 커뮤니티 기여를 목적이라 무료인경우가 많고, 커뮤니티 주도의 개발자 행사들은 대부분 ‘손해도 보지않고 남기지도 않는’ 것이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돈이 남으면 커뮤니티의 운영자들도 골치아프니 말이다.
컨퍼런스 운영비용은 티켓가격 + 스폰서 비용으로 충당한다.
스폰서 비용만으로 운영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티켓 가격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평한 참가기회”를 주는데에 있어서 중요하다. 그 행사에 돈을 낼만큼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참가함으로서 참석율을 높이고, 더 좋은 커뮤니티 운용이 가능하다. 물론 학생과 같은 사람들에게 지원하는 것은 필요하다.
스폰서 비용으로 컨퍼런스를 운용하는건 어떨까?
커뮤니티 주도 행사에서 스폰서는 중요한 예산 지원역할도 하지만, 개발 커뮤니티의 일원이기도 하기에 스폰서를 받는것은 필요한일이고 합리적인 티켓가격을 위해 필요하다. 스폰서들은 다양한 목적으로 개발자 컨퍼런스를 후원한다. 주로 제품홍보, 구인 이 가장 큰 요인이다. 하지만 모든 것은 균형이 중요한데, 스폰서 위주의 행사는.. 조금 걱정이 된다.
한국에서 10만원 짜리 표가 팔릴 수 있을까?
- 내가 모든 행사를 알지는 못하지만 이브레인에서 작년에 진행한 Javascript 컨퍼런스는 표가 10만원이었으나 다 팔렸다고 들었다.
- 일본에서 올해 열린 Swift 컨퍼런스인 Try!Swift 는 33명의 스피커중에 25명이 해외 스피커인 행사였다. 내가 다니는 회사 Realm 이 주요 스폰서였고, 우리회사 일본직원이 운영자로 참여해서 준비과정에 대해 알고있다. 3일동안 1개의 트랙으로 진행된 행사였는데, 티켓가격이 $300였다 (점심도시락 포함. 약 33만원). 우리 일본 직원에따르면 일본도 우리나라의 개발자 컨퍼런스 티켓이 우리나라와 비슷하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일본직원이 $300짜리 티켓은 절대 다 팔지 못할것이라고 했지만 결국은 400장이상의 목표수량을 모두 팔았다. Try!Swift가 끝나고 올라온 블로그
- 미국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미국의 개발자 컨퍼런스는 비싸다.
일단 100만원 짜리가 흔하다. 컨퍼런스의 목적, 배경 등이 제각각이라서 가격으로 가치를 산정할 수는 없다. 세션 퀄리티의 차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나라에 맞는 수준과 콘텐츠는 다르다.
커뮤니티 주도 개발자 컨퍼런스의 목적을 다시 생각한다.
개발자 컨퍼런스의 주 목적은 “지식전달”만이 아니다. 컨퍼런스의 꽃은 세션이고 세션의 퀄리티는 매우 중요하지만, 세션 내용은 동영상으로 공개가 되는 경우도 많으며 관련 지식이 거기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컨퍼런스의 가장 큰 목적은 “경험”이다. 내가 OO 도구(개발언어 등)와 직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있는데, 그 같은 주제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같이 이야기하고 즐길 수 있는 경험의 제공이 컨퍼런스의 커란 요소이다.
커뮤니티 티켓 가격은 그래서 비싸야 한다. 소셜 상에서 “좋았다”라고 기억되는 컨퍼런스는 기본적으로 세션 내용도 좋아야하지만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컨퍼런스 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곳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한 가치를 지불할만큼 주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컨퍼런스에 오기를 원한다. 그래서 컨퍼런스는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홍보가 잘 되어야하고 티켓은 더욱 비싸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컨퍼런스는 3만원 언저리를 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우리나라도 개발자 커뮤니티가 성숙해가면서 더 양질의 컨퍼런스가 늘어나고 티켓가격도 올라가는 방향이 좋지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컨퍼런스를 약 3달 전부터 티켓 오픈 한다고 가정했을 때, 한 2달정도에 걸쳐 티켓이 팔리고 1달정도를 여유를 두고 컨퍼런스를 준비할 수 있는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Try!Swift 가 그정도 스케쥴로 표가 팔렸다. (행사 3개월전 티켓 오픈, 1개월전 다 팔림) 꾸준한 홍보의 결과였고 그래서 조금 늦게 컨퍼런스 소식을 들은 사람들도 표를 살 수 있었다.
경험의 가치에 돈을 지불할 수 있는 사람들을 컨퍼런스에서 만나기를 바란다. 그리고 컨퍼런스를 준비하는 사람들도 참여한 사람들의 축제와 네트워크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컨퍼런스는 그 본연의 목적인 커뮤니티와 생태계의 활성화를 이룰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