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소 참관인을 했던 그 날

선거철이다.

조금 지난 일이지만, 나도 정당활동을 열심히 하던 때가 있었다.
내가 활동을 하던 정당은 가난한 정당이었기 때문에, 내가 하던 정당활동이란 것이 주로
(무료로) 지구당 홈페이지를 만들고 업데이트하고,
선거 때면 (무료로) 후보 홈페이지 만들고,
중앙당 지원나가서 또 (무료로) 홈페이지 만들어주고..
뭐 이런일이었지만 말이다ㅋ
그때의 기억은 지역의 일원으로서 지역이슈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 했던 기억, (지금은 지구당이라는 것이 없어졌지만) 재미있는 지구당 활동 들이 기억이 남는다.

정당활동을 열심히 하던 어느 날.. 투표소 투표 참관인으로 갈 생각이 있느냐는 제의가 들어왔다.
대단해 보일 수도 있지만, 별건 아니고.. 간단한 알바라고 생각하면 된다. 새누리당/민주당에서 활동하는 아줌마들이 반나절 정도 편하게 앉아있다가 돈벌어가는.. 뭐 보통은 그런 거다. 투표를 보통 오전6시~ 오후6시 까지 하니까 오전타임/오후타임 중에 선택해서 6시간 동안 사람들이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는 것을 앉아서 보면서 문제가 되는 행위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끝나면 시간에 대한 비용도 지급해준다.
물론 문제가 있거나 투표장에서 특정 정당에 유리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거나 하면 이의를 제기할 수있지만 보통 그런일을은 생기지 않는다. 거기서 책을 읽거나 할 수는 없으니 조금 지루할 수도 있다.


<이미지 출처 : http://blog.daum.net/silvernews/7037939>

나는 오전타임을 맡았지만, 오후타임을 맡으면 경찰관과 함께 투표함을 봉하고, 차에 싣는 것 까지 같이 보고 갈 수 있다고 한다. 얼마전에 투표함 바꿔치기를 했다는 총학생회 선거 뉴스가 생각이 난다.

투표소 장면 중에는 눈시울을 적시는 그런 장면도 두 세번 정도 있었다.
그때 적었던 노트가 있는데, 내 기억과 조합을 해서 늦었지만,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아침투표 : 당연히도 아침투표는 할머니/할아버지가 대부분이다. 뭐 할머니/할아버지의 지지정당이 한쪽으로 쏠려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열심히 투표하시니 노인 들을 위한 정책이 더 풍부해지겠지.. 하는 생각도 든다.

첫 투표 : 이번 대선은 대학교 시험기간과 딱 겹쳐서 걱정이다. 첫 투표를 하는 사람 중에 꼭 티나는 사람들이 있어 미소를 짓게 한다. 투표함에 기표지를 넣기 전에 “접어야 해요? 접어도 돼요?” 라는 질문을 하는 20대 초반 청년이라던지, 주위를 많이 두리번거리는 경우, 또 투표가 끝나고 (복잡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끝나서 허무해하며) 나가지 않고 두리번거리며 “끝난 건가요?” 라고 묻기도 한다. 모두 미소가 지어지는 장면이다.

아이와 투표 : 아이와 투표장에 같이 들어갈 수는 있지만, 기표소에는 초등학생 미만 아이만 같이 들어갈 수 있다. 기표소에 같이 들어가지 않더라도, 아이를 투표소에 데리고 와서 자신이 투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어른들이 꽤 많았다.

기표소에 두 명 (노모와 함께) : 나이가 많은 노모(?)와 함께 기표소에 같이 들어가려고 시도하는 아줌마가 있었다. 노모의 눈이 침침하다는 이유를 대면서. 물론 불법이라서 중간에 저지를 당하기는 했지만, 굳이 꼭 자기가 같이 들어가야겠다고 하면서 소동이 있었다. 할머니는 혼자서 걸으시는 데에는 지장이 없는 정도의 할머니였는데..

88세 노모 투표 : 위의 장면과는 별도로 노모의 투표를 도와주러 같이 온 아줌마/아저씨들도 있었다. 물론 기표소에는 같이 들어가지 않고, 약간은 복잡한(?) 투표 절차도 설명해 드리고 불편하신 부분만 도와드리면서 부모님이 투표하시는 것을 도와드리는 장면은 정말 눈시울이 붉어지는 장면이었다.

장애인 투표 : 장애인도 물론 투표를 할 수가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투표소는.. (이제는 많이 나아졌지만) 많이 불편하다. 휠체어가 지나가기도 힘들고, 또 뇌성마비가 있으신 분들은 기표용지 / 기표용구를 직접 다루기 힘들기 때문에, 도움을 받아야 한다. 시각장애인들도 보조인이 도와주어야 한다. 원래 기표소에는 한 명만 들어갈 수 있는데 장애인에 대한 몇몇 예외가 있는 듯했다. 그 모든 불편함을 감수하고 투표를 하는 장애인들의 모습도 참 감동적인 장면이다.

투표는 정말 소중한 일이다. 나의 미래의 많은 부분은 내가 사는 사회에 영향을 받는다. 동네에 범죄자가 늘어날지, 새벽 3시에도 혼자서 마음놓고 돌아다닐 수 있을지, 인터넷 뱅킹을 할때마다 ActiveX 수락 버튼을 5번씩 누를지, 윈도우는 물론 Mac에서도 편안하고 안전하게 인터넷 뱅킹을 사용할지 모두 투표에 달린 일이다.

내가 있던 투표장에 젊은 20대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 점이 아쉬웠다. 우리나라 20대들의 투표율이 낮은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20대 또는 대학생들은 투표가 자신의 삶에 직접 연관되어있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많은 대학생들의 학비를 부모님이 내주기 때문일까? 것이다. 점점 노인들의 비율은 늘어나고 그분들은 투표율도 높은데 20대들을 위한 정책이 더 생기도록 하려면 투표를 해야 한다. 그들이 더 투표를 많이 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이 들지만 방법까지는 모르겠다. 다른 나라도 20대 투표율은 낮겠지 정도 생각이 들뿐.

선거, 정말 중요하다.
모두 꼭 투표하시길 바란다.

투표 참관인으로 지켜본 투표소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