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수업.. 숙제.. 수업… 과제.. 그렇게 공돌이의 일과들을 소화하다가, 중간고사를 끝마치고나니 무언가 허전했다. 마음을 촉촉하게 적실 수 있는 문화, 미술, 예술이 필요해. 그래서 약간의 조사후 로뎅갤러리의 ‘박이소 유고전’이나 서울 시립미술관의 ‘의자박람회’를 가기로 맘먹었다. 같이 갈 친구를 꼬셔서는 토요일의 지루한 CA(컴퓨터구조)수업을 마치고 간단하게 스파게티로 점심을 한 후 시립미술관으로 가벼운 발길을 향하다.

날씨가 좋아라하여 홍대입구에서 버스를 타고 시청까지 이동하야,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조금 걸어가니 나오는 서울시립미술관.. 처음 가보는 것이었는데 크지않은 건물에 꽤 아담(?)하게 잘 되어있었다. 주위에 나무들과 꽃들이 있고 조형물들이 어울어 진 것이 도심속에서도 나름 한적한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로버트 인디애나

“Robert Indiana : A Living Legend” 라는 전시를 같이 하고 있었는데 표를 같이 사야 했다. 그래서 의자전시회와 Robert Indiana 표를 같이되어있는 것을 사고 마침 설명을 하고 있는 Robert Indiana : A Living Legend를 먼저 보게되다. 오!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주로 LOVE와 숫자를 주제로 한 조소작품과 판화작품이었는데 신선하였고.. 설명도 재미있어서… 나름대로의 해설을 덧붙여가며 너무 재미있게 보았다. 거기서만 꽤 오랜 시간을 보내다..

그의 판화 작품에 있는 수많은 숫자들, 그리고 몇몇 단어들 (대표적으로 EAT, DIE, HUG) 그런 것들을 가지고 무언가 느낄 수 있는 것을 만든다는 것이 쉬워보이면서도 대단해 보였다. 약간은 미국적인.. 그의 작품속에서 조금씩 찾아 볼수 있는 마릴린 먼로나 성조기 같은 아이템들. 한편으로는 뭐 그리 복잡한 기법을 사용한것 같지 않았기에 예술은 쉽다는 생각을 하게 하면서도, 그 안에서 많은 것을 나타내는 것들을 보고 예술은 어렵다고 동시에 느끼게 하는 그의 작품들.

종종 내가 하는 이야기 이지만, 자신의 생각을 무언가로 나타낼 수 있는 도구를 가진다는 것은 너무나도 복받은 일이다. 피아노를 치는 사람은 피아노로, 기타를 치는 사람은 기타로, 글을 잘 쓰는 사람은 글로, 숫자와 단어와 색을 가지고 자신을 표현하는 Robert Indiana는 자신의 이런 작품들로. 그래서 그가 부럽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하다. 나는 나의 프로그램으로 나를 나타내야 하는걸까? 안돼.. 그건 대부분 누가 시켜서 하거나 내가 원해서 해도 실용적일뿐 나를 나타내는 도구가 될 수 없다.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무언가를 아직도, 그리도 다시한번 찾아 헤메이다.

그리고 ‘천경자의 혼’이라는 상설전시를 들렀다.. 역시 꽤 흥미롭게 관람.. 잘 몰랐던 사람인데.. 유명하단다..

소비자의 휴식

“위대한 의자,20세기의 디자인 : 100 Years – 100Chairs”

이것이 원래 목적인 의자 전시회..

흠.. 이런 생각보다는 별로 재미없었다. 설명이 적어서 그런걸까..

나름 이쪽 의자는 몇년도의 아방가르드 양식이니.. 포스트모더니즘이니.. 설명이 되어있었다. 그러한 흐름들을 내 머리속에 조각조각 남아있는 오래전에 배운 그 개념들과 조합하여 이해하려 노력하다. 약간 역부족. “소비자의 휴식”이라는 작품을 가장 인상깊었다. 왼쪽에 있는 그림. 쇼핑카드를 가지고 만든 의자라니.. 소비자가 무의식중에 받고 있는 스트레스를 잘 나타낸 작품이 아닌가!

그리고 화장품 광고에 종종 나오던 그 공모양의 빨간 의자.. 그리고 내가 위의 사진을 찍은 저 의자… 등등을 보았다. 얼레? 포스터에 나오는 하트모양 의자는 없었다..

의자 전시회 감상은.. ‘의자는 의자일 뿐인데..’ 라던 생각을 뭉개버리다. 하지만 의자 전시물들에서 무언가 느끼기 힘든것은.. 내가 배경지식이 없어서 일까.

LOVE오랜만에 미술관 산책은 길지 않았지만 나에게 무언가 알지 못할 힘을 가져다 주었다. 머리가 촉촉해졌다고나 할까, 내 몸은 예상보다 커다란 문화적 양식에 매우 흡족해 하다.

관람을 끝내고서는 인사동으로 걸어가는데, 중간 중간에 청계천도 처음으로 보고, 부처님 오신날 퍼레이드도 보고, 자그마한 전통무용도 보고 시청앞 잔디광장도 처음으로 보다. 아! 덕수궁앞에서는 핌 베어벡 축구대표팀 수석 코치를 보다. ㅎㅎ

그리고 인사동에서는 ‘메밀꽃 필 무렵’이라는 전통술집(?)에 가서 무지오래 기다리다가 술을 먹다. 소고기 떡찜인가.. 하는 거였는데 둘이서 시켜서 배부르게 먹다. 편안하게 이 이야기 저 이야기 나누면서 오랜만에 입술운동도 제대로 하다.

에너지가 충만하야 이번주는 뭐를 해도 잘 할것 같다. 앞으로도 머리속을 촉촉하게 해주는 문화 공연, 미술을 많이 봐야쥐…

오랜만에 써비스 사진 하나 아래 나가심

시립미술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