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심검문의 이해

“신분증 보여주세요” 항의 40대시민, 아홉달 홀로소송 이겼다라는 기사를 보고..

지금은 없는거 같지만..99년도 내가 새내기 일때만 해도 학교앞에서 가끔 전경들이 교문을 막고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신분증 검사를 하고는 했다. 그당시는 학교에서 무슨일이 벌어지는지 잘 몰랐지만 주로 학교에서 무슨 행사(집회)가 있을때 주로 그랬다. 거기를 가장 쉽게 통과하는 방법은? 학생증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에서 집회가 많을때에는.. 전경이 멀리서 보이면 저~기 멀리서부터 학생증을 꺼내서 보여주고 지나가고는 했다. 많은 학생들이.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런데, 우리학교 학생증을 가지고도 학생증을 제시하지 않는 학생들이 있었다. 나중에는 그들과 친해졌지만, 그당시에는 무섭고 대단해보이기만 하던 그들.. 소위 운동권들이다. 그들은 학교앞에서 경찰이 진을치고 학생증을 모두 검사하는 그런 불심검문에 응해야 한다는 법적인 근거가 전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의 강압적인 모습에도 아랑곳않고 대들고는 했다. 왜 내가 내학교에 들어가는데 학생증을 제시해야 하냐고, 그래야 하는 이유를 대라고… 그렇게 일반 전경들과 말싸움을 조금 하다보면, 여러명의 전경이 그 한사람을 둘러싼다. 얼마나 무서운가, 그러다 보면 나중에는 조금더 높은 사람과 이야기 하게 된다. 그러다가.. 결코 쉽지는 않지만 그렇게 힘들게 그들은 통과한다. 가끔은 몸싸움도 벌어지고는 한다. 지갑에 학생증을 버젓이 가지고도.. 그들은 그렇게 일부러 힘들게 그곳을 통화한다.

나도 전경들이 학교앞을 막고 그렇게 모든 사람을 무작위로 검사할 권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고, 또한 내가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그래서 마음을 굳게먹고 검문을 거부할 생각으로 정문앞까지 간다. 하지만 거기서 전경들의 그 까무잡잡한 복장과.. 무전기를 들고 있는 사람들.. 을 보면 그들이 학생증을 요구하기 무섭게 학생등을 보여준다. 나는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불심검문’이라는 것에대한 법이나 이런것도 몰랐고.. 논쟁을 하는것도 그렇게 잘 하지 못하는 그런 새내기였을 뿐이었다.

공권력은 그런 방식으로 사람을 길들인다. 학생증제시같은 사소한 것을 아무 비판없이 받아들일때, 내 머리속에는 공권력에대한 무의식적인 복종심이 자라난다. 그리고 그것은.. 사회에 성역을 만들고, 권력은 자기자신이 성역이 되어 시민들을 이용한다.

비판정신을 가진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그 비판정신을 실천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하지만 비판하라. 쉬운길이라고 그냥가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