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편지

승욱이 싸이를 갔다가 이 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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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편지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 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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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났다’라고 하는것이 옳은 표현일까, ‘다시 만났다’고 하는 것이 옳은 표현일까.
이 시는 분명히 내가 아는시라는 확신이 드는데, 내용도 커다란 줄거리는 내가 아는 것과 비슷한거 같은데. 내가 정말로 좋아하던 바로 그 시인거 같은데.

왜이렇게 구절구절이 다르게 느껴질까. 내가 모르는 시를 보고서 착각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내가 아는 내가 기억하는 내가 좋아했던 그 시가 맞다. 그럼 내가 변한건가. 나 밖에 변할게 없다. 시는 변하지 않고, 감동의 기억도 그대로 건만, 변한건 내 가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