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1년을 마치다

이 글은 대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의 후속 글이다.

대학원 1년을 마쳤다. 시작하기 전에는 이 선택이 옳은 선택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재미있고 남는 것이 많은 과정이었다.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은 5년, 10년 후가 되겠지. 우리 과정에서는 명확히 나누어져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1년차에는 여름학기를 포함해 3학기 동안 수업을 듣는데 집중하고 2년차에는 프로젝트와 논문 등 연구에 집중한다. 1년차에는 대부분 풀타임 학생으로, 회사에서 학위파견 형식으로 공부하는 분들이 많다.

수업은 대학교때에도 그렇지만 많이 남는 수업과 기대와 달랐던 수업이 있다. 교수님들의 수업, 과제, 프로젝트 등등에서 어떤 과목은 수업에서, 어떤과목은 수업보다는 프로젝트를 통해서 배울 수 있었다. 나는 대기업형 SW를 위한 수업(소프트웨어 설계, 임베디드 관련 과목들, 요구공학 등) 은 내가 생각하기에 나에게 맞지 않는것 같아서 지양하고 소프트웨어 공학원리, 기계학습및 데이터마이닝, 데이터 분석, 보안, 인터넷 서비스, 이동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경영, 프로젝트 관리 와 같은 과목을 들었다.

그러고보니 3학기 동안 8과목을 들었는데 들은 수업을 비슷한 것 끼리 2개씩 묶자면 아래와 같다

소프트웨어 공학 & 프로젝트 관리 – 앞으로 나이가 들면서(?) 코딩을 계속 하던 안하던 이 업계에 있으면서 필요한 부분이다
이동 소프트웨어 & 기업경영 – 이동 소프트웨어는 과목 이름과 달리 기술보다는 기업경영/사업계획 에 가까운 과목이다. 프로젝트를 통해서 사업을 계획하고 피드백을 받으며 다듬고 구현까지 해본다.
데이터 마이닝 & 분석 – 말로만 듣던 그 데이터 마이닝. 이론적으로 넓게 배우고, 교재에 있는 알고리즘 연습문제 매주 숙제하고(힘들어ㅠㅜ) 직접 알고리즘을 돌려볼 수 있었던 기회. 말로만 듣던 베이지안을 돌려보고 recopick 같은 추천 알고리즘에 대한 구현방법에 대한 것도 찾아보고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선형대수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 아주 잘 알게 해준 과목 ㅎㅎ
인터넷 서비스 & 보안 – 내가 필요한 내용에 대한 이론적인 부분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계기. 데이터베이스 암호화에 많이 쓰이는 형태보존암호화(format preserving encryption)로 프로젝트를 했는데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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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들은 교재 외에 과목 관련되어 구매한 책들. SW , 머신러닝, 선형대수

수업에서는 어떤 내용을 배웠다는 것도 있지만 하나하나에 대한 깊은 내용보다는 넓게 배우기 때문에, “이런 것이 있으니 필요할 때 어떤 자료를 어떤 키워드로 찾으면 될지”에 대한 것이 더 크다. 예를 들어 데이터 마이닝, 분석 과목을 통해 당장 데이터 마이닝을 할 수 있는 실무 역량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데이터 마이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 데이터 마이닝에 대한 큰 그림은 어떻고 그 상황에서 어떤 키워드로 검색을 해야 할 지를 알게 되었다. 배우는 것은 물론 이론적인 수업도 있었고(Coursera 에 올라온 Stanford 의 Mining Massive Datasets교재로 다양한 알고리즘 수업과 매주 숙제!), 베이지안이나 SVM 같은 것을 통해 직접 데이터 분석을 해본 실습을 통해서 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각 과목들을 통해서 요즘 많이 못했던 코딩에 대한 감을 다시 찾게 되었다는 점이 좋았다. 대학원을 시작한 이유중 가장 큰 이유는 “무언가 새로운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계기 (특히 코딩)” 이었는데 프로젝트를 해야 하니 좋든 싫든 코딩을 하게 되어서 좋았다. 

물론 가장 남는 것은 사람이다. 우리는 대부분 직장에서 학위파견을 풀타임으로 온 학생들이라서 동기들이 같이 수업도 듣고, 수업외 시간에는 과제 토론하고, 스터디도 하고, 밥도 먹고, 같이 놀러 가기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서 참 좋았다. 나는 동기들의 도움을 받아 자전거의 세계에 입문하였는데 같이 라이딩도 하면서 운동도 해서 좋았다. 대학원 생활에서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공부를 열심히 안해서가 아닌,  회사와 병행하느라 동기 형들과의 자리에 가끔 참여 못하는 경우나 늦게 참여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은.. 힘들다. 새벽까지 숙제를 하면서 ‘내가 왜 이런 고생을 사서하는가’ 했던 날들도 많았다. 회사에서도 미안하고 수업을 같이듣는 동료들에게도 미안하다. 그래서 회사에서 학업을 하는 것에 대한 이해와 학교 동료들의 지원을 잘 얻을 수 있으면 좋고, 또 감사한 일이다. 나는 첫 회사에서 대학원을 시작했고 1학기 후반에 이직을 하게 되었다. 첫 회사는 학교와 가까워서 택시를 타고 왔다갔다 했고 수업시간에도 급한 메시지에는 답을 하는 등 업무에 공백이 없도록 노력을 했다. 이를 위해 수업시간에 가끔은 집중하지 못한다는 점이 아쉬운 점이었다. 

둘째회사는 사무실이 없는 리모트 회사였다. 아무래도 회사 동료들과 눈치볼 일은 적었지만, 여기서는 내가 하고 싶은일이 많은데 학교와 병행을 한다는 것이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어서 힘들었다. 학교 공부도 재미있지만 회사 일도 재미있는데 이직한 입장에서 100% 회사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점이 아쉬웠다.

현대인은 특히 개발자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직업인데, 사회에서 돌아다니는 실무형 슬라이드와 스터디도 좋지만 가끔은 이런 아카데믹한 공부를 통해 다른 영역의 공부를 하는것도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1년이 지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수업에서 배운것이 많지 않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지만 이렇게 정리해보니 앞으로 1년은 물론 회사 생활을 하면서 꾸준히 공부 해야할 자극을 받고 공부의 “화두”에 대한 힌트를 얻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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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onymous

    안녕하세요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저도 해당 과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데, 관련하여 정보를 여쭤보고 싶은습니다. 가능하시면 메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 hyebin (@binsworld_) Avatar

    안녕하세요- 저는 삼성에서 UX디자이너로 일하다 퇴직 후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 재학중인데 민우님 글보고 많이 공감이 가기도 하고, 업무와 학업을 병행하신다고 하니 더 대단하시네요! 이 글 뿐만 아니라 다른 글도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3. jongfeel.kim Avatar

    안녕하세요.
    저도 카이스트 소프트웨어 대학원에 관심이 많아서 알아보고 있는 중에 좋은 글을 보게 되어 댓글 남깁니다.

    사실 메일로 미리 문의 드리긴 했는데, 스팸 메일 필터가 됐는지 혹은 바쁘셔서 회신을 못주신 건지 알 수 없어서요.
    블로그에 댓글 남겨 봅니다.

    꼭 회신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 박 민우 Avatar

      안녕하세요, 당시에 이메일로 답변드렸습니다. 기록용으로 남깁니다. ^^

  4. CSJ Avatar
    CSJ

    안녕하세요
    직장생활을하다 꿈에 그리던 대학원 진학의 기회가 왔습니다. 꼭 입학하고싶은데 여쭈어보고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회신부탁드리겠습니다.☺️

    1. 박 민우 Avatar

      공개적인 내용은 댓글로 질문 주시고, 개인적인 내용은 이메일로 보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5. 박 민우 Avatar

    OOO 대학원에 대한 글이 많지 않다보니 이 글을 읽고 많은 분들이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 계십니다.
    저도 너무 바쁘지 않은 한은 제 개인 메일은 가능한 모두 확인하고 답변합니다만, 질문을 보면 이미 졸업해서 부정확할 수 있는 저의 개인적인 경험보다는 학과 홈페이지와 과사무실을 통해서 더 정확한 얻으실수 있는 질문이 많이 있습니다. 먼저 학과의 공식적인 내용을 확인하시고, 가능하면 댓글로 문의주시면 다른분들께도 도움이 되니 공개적인 내용은 댓글로 주세요. 물론 개인적인 내용은 이메일로 주셔도 됩니다.

  6. HSP Avatar
    HSP

    이번에 일반전형에 지원을 했습니다.
    혹시 일반전형으로 지원을 하신 건가요?
    일반 전형 관련해서는 면접 관련해서 아무런 정보가 없어서, 혹시 면접 관련 정보를 공유해 주실 수 있나요??
    그리고 직장을 다니면서 대학원 생활을 병행할 예정인데..
    회사는 자율근무라서 출퇴근이 자유로운 편이긴 하지만,
    2년제로 할지 3년제로 할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하셨다고 하셨는데, 마니 힘든지도 궁금합니다.

    1. 박 민우 Avatar

      네. 일반전형으로 했습니다.
      면접관련 어떤 정보가 필요하신지요? 서류에 쓴 내용에 대해서 잘 설명할 수 있으면 될것 같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대학원 다녔는데 물론 힘들었습니다.

  7. hsd0937 Avatar
    hsd0937

    안녕하세요 글을 보고 연락드립니다.
    저도 대학원과정에 관심이 있어서 질문드리고 싶은게 몇가지 있어서 메일로 연락을 드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