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출장을 다니며 드는 생각

30대가 되고 출장이 싫어졌다.

나는 다국적 기업에 다닌다. 삼성전자도 다국적 기업이었고 출장 다닐일이 있었지만, 내가 일했던 수원은 본사였기 때문에 어떤 지식을 얻어오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컨퍼런스나 미팅 성격의 출장 정도가 있었다. 전 직장인 인모비나 지금 리모트로 다니고 있는 Realm은 내가 일하고있는 곳이 헤드쿼터가 아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평소에 소통을 하지만 헤드쿼더와 떨어져 있기에 얻을 수 있는 정보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1년에 최소 두세번은 출장을 가게 된다.

20대에는 출장이 마냥 좋았다. 일하러 가는 것인줄 알고있었지만 회사가 돈내주는 여행 이라는 느낌이 더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30대가 되고나서는 해외 출장이 싫어졌다. 출장에 가면 일도 많이 해야 하고(원래 한국에서의 역할도 어느정도해야하고, 출장지에서의 일도하고!), 제한된 시간 내에 내가 가진 목표를 이루어야 하며, 한국에서의 생활에 단절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이게 결혼을 해서인지, 출장을 충분히 다녀서인지, 내가 출장의 본질을 깨달아서인지, 다른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다.

출장이 싫었지만, 인모비에서는 업무를 하다가 본사에 다녀와서 해결해야 할 일들이 어느정도 쌓이면 출장을 가겠다고 자진했다(인도!). 가서 내가 해결할 질문 리스트를 만들고, 담당자를 찾아다니며 인사하고 질문하고, 그들에게 내가 이메일과 메신저상에만 존재하는 가상의 인물이 아닌 실제 숨을 쉬는 인격체라는 것을 보여주고 왔다. 만나는 것 자체도 의미있는 일이지만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나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본사에서 떨어져있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하고, 당신의 도움에 언제나 감사하고 있다’는 그런 인상 말이다. 돌아보면 가서 당장 가지고 있던 이슈에 대한 답을 얻는 것보다, 사람을 직접 만나면서 좋은 인상을 심어두는 것이 나중에 돌아와서 업무에 커다란 도움이 된다. 그래서 여러사람과 밥을 먹고, 대화를 하고 커피를 먹고 나를 소개한다.

지금 다니는 Realm은 회사가 아직 작아서 인모비 보다 정보가 잘 공유되는 편이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목표도 비교적 자주 바뀌고, 그에 따른 우리가 일하는 방식의 소소한 점들도 계속 바뀐다. 지금 하는 일은 인모비에서 하던 일보다 내가 결정할 부분이 더 많아서, 본사에서 생각하는 방향성에 대해서 그 미묘한 뉘앙스 까지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런 점도 중요하지만,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이다.

Realm 오피스에서 찾은 갑옷(?)을 착용해 보았다
Realm 오피스에서 찾은 갑옷(?)을 착용해 보았다

다국적 회사의 지사에서 일하면서 본사로 출장을 다녀오면서 내가 원했던 질문에 대한 답을 빠짐없이 얻고,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과 빠짐없이 만나려고 노력하다보면 힘이든다. 게다가 이번 출장에서는 평소와 다르게 시간차 적응에도 실패했고, 난생 처음으로 물갈이 때문에 고생을 하고있다.

출장이 귀찮아도 얻게되는 또다른 소득은,  생각할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물론 집에서도 한국에서도 생각하고, 고민하지만 이상하게도 여행갈때 비행기안에서 느끼는 아이디어는 또 다르다. 뭐 엄청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아이디어가 많이 떠올라서 내가 스마트폰에 이것 저것 적게 된다. 이건 꼭 해외출장 때만은 아니고, 국내 출장을 기차로 가더라도 똑같은 효과가 난다. 출장이 조금은 싫지만 생각해보면 업무에서 활력이 되고, 쉼표가 되고, 더 나은 단계로의 주춧돌이 된다.


  1. 아크몬드 Avatar

    건강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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