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대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내 팔자에 대학원이라는 것이 팔자에 있었나보다. 중학교땐가 고등학교 땐가 어떤 학원 선생님이 ‘요즘 세상에 석사까지는 꼭 하라’라고 했던것이 기억이 난다. 그의 논거는 기억나지 않지만 말이다. 요즘 세상에 석사란 무슨 자격증 같은 느낌인데 그게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기술을 공부하기 위해 석사를 한다는 것은 맞기도하고 틀리기도 하다. 개발자 라는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트렌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어짜피 공부를 하게 되어있다. 새로나온 프레임웍과 개발 방법론 등을 실무에서 쓰려면 그것을 익히는 것도 공부이며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이론을 공부하기도 한다. 요즘에는 대학원에 등록하지 않아도 MOOC 같은 것들을 통해서 수많은 대학 강좌가 공개되어있다. 또 요즘 사람들은 SNS에 올라오는 주옥같은 경제/정치/철학 등에 대한 글을 읽으며 성장하고있고 위키피디아와 엔하위키 페이지를 통해서 견문을 넓힌다. 이에 비해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일반적으로 실무에서 접하는 것 보다는 조금 시간적으로는 지난 것들이다. 특히 컴퓨터공학과 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분야에서는 이론으로 정립되고 책으로 나오고 수업으로 나오는데에 시간이 걸리고 그러면 이미 실무세계는 다른 세상일 수도 있다. 이게 아마 윤동주 시인의 ‘쉽게 쓰여진 시’에 나오는 “늙은 교수의 강의를 들으러 간다”가 그런 뜻이 아닐까. outdate 된 지식을 학습하는 것에 대한 … 물론 요즘 공대는 치열하게 최신의 트렌드를 공부하고 발전시키는 곳이다. 윤동주 시인이 시를 쓰던 일제말에 시대상황과는 다르고, 요즘 교수님들, 특히 공대 교수님들은 좋은 연구를 위해서 치열하게 연구하시는 교수님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아마 내가 대학원에서 배우는 것은 최신의 지식이냐 아니냐 보다는 지식을 탐구하는 방법론에 대한 것일 수 있다. 하둡 컨퍼런스에서의 핫한 실무 기반의 발표 내용과 학계 기반의 빅데이터 학회에서 다루는 내용은 다르다. 학회에서 다루는 내용은 실무적인 효용이 떨어질지 몰라도 다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의미가 무엇이고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인가를 훔쳐보는(?) 것이 또 내가 원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학문의 맛을 직장과 병행하는 나의 대학원 학업 속에서 느낄 수 있을까? 나는 대학 3학년때 ‘학문의 길’은 나의 길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었다. 진중하게 않아서 오래 집중하는 것은 내가 잘하는 부분은 아닌듯 싶다. 하지만 때로는 나도 ‘몰입’에서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앞으로의 내 삶이 학문의 길이 되지는 않겠지만, 2년동안 학문의 맛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이제 세상은 평생 공부를 해야 하는 세상이다. 하지만 수많은 토막 글들과 기술 메뉴얼과 짧은 블로그 들을 읽으며 공부하면서 이룰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10년에 한번은 조금 더 잘 정리된 공부를 긴 호흡을 가지고 정리하고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면 어떤 커다란 변화를 통해서 나를 낯선 환경에 노출 시켰을 때 내가 성장하고는 했다. 대학교때 농활이나 동아리, 학생회 활동 같은것 들 부터 캐나다에가서 근 2년동안 개발자로 일할 때가 그랬고, S전자 같은 커다란 회사를 나오면서 그랬다. 하루하루의 반복되는 삶보다 그런 새로운 경험들이 나를 만들어 왔다. 이번 대학원 생활도 어떤 형태로든 그런 계기가 된다면 내가 투자하는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S전자 안에 있을 때도 그렇고 그 곳을 나오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 안에서의 안정적인 삶과 작은회사 안에서의 불안한 조직에서의 삶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고 그 고민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아직도 대학교 교직원이나 공공기업에 다니는 분들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하니 말이다. 허나 내가 바깥 세상을 택한 이유는 변화의 속도가 계속 빨라지는 이 시대에 대기업이라고 내가 일하는 기간 동안 언제나 대기업으로서 잘 나갈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IT기업들이 그런데, 소니를 봐도, 노키아를 봐도, 블랙베리나 야후를 봐도 그렇다. 그런데 대기업에서의 삶이란 것이 조직안에서의 삶에 집중하게 되면서 내가 밖으로 나갔을 때 경쟁력있는 나를 만들기 위한 발전의 기회가 적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요즘 세상에는 자기가 속한 조직이 망가져도 다른 조직에서 쓸모있는 ‘경쟁력있는 나’를 만들 수 있도록 기회가 있는 직장이 진정한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학원은 또 이런 ‘경쟁력 있는 나’를 유지하기 위한 나의 고민에서 나온 하나의 선택지 이기도 하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지금은 2015년, 내가 앞으로 20년을 더 일하고 싶다면 1995년과 2015년 사이의 커다란 변화만큼을 소화하며 20년동안 내 자신이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를 위해서 내게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할까. 대학원 안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을까?

새로운 사람들. 공부를 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느낌이 다르다. 회사라는 이익집단에서의 관계보다 학교라는 곳에서는 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더 진솔한 이이기들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일이 또 벌어졌으면 좋겠다.

결국 대학원은 내가 하기 나름이다. 내가 학점만 채우고 학위를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들인다면 내가 투자한 시간과 돈은 허망한 것이 될 수도 있다. 허나 노력을 통해서 사색을 통해서, 새로운 사람들을 통해서, 새로운 환경을 통해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힌트를 얻고 그 방향으로 한 발짝 내디딜 수 있다면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1. ㄹ Avatar

    respect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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